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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작성일 2011/07/29
조회: 8302     
停戰 58년…조국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 이는 미군 합동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의 모토다. 미국 하원을 중심으로 6·25 정전(停戰)협정 체결 58주년을 앞두고 워싱턴 시내에 있는 한국전 기념공원에 대형 ‘추모의 벽’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이 구절이 떠올랐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에 대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그 유해를 발굴해 영혼을 달래주겠다는 미국의 정신이 이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참전용사에 대한 극진한 예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골 마을에도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적힌 동상이나 기념비를 흔하게 볼 수 있고, 어디든 전사자 유해가 돌아오면 주민들이 함께 조의를 표하고 영웅시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를 구하다 부상한 살바토르 준터 하사와 르로이 페트리 상사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훈장을 수여하고 그 공로를 기리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6·25 전쟁과 베트남전을 비롯해 오늘의 아프간전에 이르기까지 세계 평화를 위해 전투에 참여했다가 산화했거나 부상한 참전용사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다.

우리는 6·25 전쟁과 베트남전, 그리고 최근의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용사들이 피 흘린 덕분에 자유민주주의를 지켰고 국가 발전을 이뤘다. 그러면서도 호국용사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6·25 전쟁으로 국군 13만7000여명이 전사하고 3만2000여명이 실종됐으며, 전사자 가운데 60%인 7만8000여명은 한국 지역에, 30%인 3만9000여명은 북한 지역에, 나머지는 비무장지대에 묻혀 있다고 한다.

그동안 조국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바친 이들의 유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외면당하다가 2000년부터 유해발굴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굴한 국군 장병 유해는 5500여구로, 아직도 13만여구의 유해를 찾지 못했고, 살아남은 참전유공자에 대한 수당도 매월 12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빈약하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국가적·국민적 차원의 보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하다.

호국용사들의 뜨거운 애국 충정을 국민이 진정으로 기리고 받들지 않는다면 국가가 또다시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누구도 목숨을 바쳐 조국을 수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고귀한 뜻이 후세에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예우를 다해야 한다. 전사자들의 유해를 한 구도 빠짐없이 찾아서 국립묘지에 정중히 모셔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560여명의 국군포로를 하루 바삐 귀환시켜 비참했던 지난날을 보상해야 한다. 생존해 있는 호국용사들이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지는 않는지, 여생을 편안히 조국의 품에서 보낼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이 무엇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실천해야 한다.

6·25 전쟁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빈곤했던 대한민국이 호국용사들의 피와 땀, 눈물을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제라도 지난 시절 가난을 핑계로 방치했던 호국용사들에 대한 홀대를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기려야 한다. 이는 곧 참전용사들에 대한 보답임과 동시에 이 땅에서 자라나는 미래의 주역들에게 진정한 애국심을 뿌리내리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오늘의 초강대국 미국을 있게 한 원동력은 참전용사들에게 극진한 예우를 다하는 미국민의 정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 모두가 호국용사들이 조국 수호를 위해 흘린 피를 기억하고, 최상의 예우로 받드는 자랑스러운 정신을 계승해 나가야 한다. 조국은 결코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보은 정신을.

박세환(대한민국재향군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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