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노병의 독백 - 현역군인-인민군을 몰아내자

[20] 노병의 독백 - 현역군인-인민군을 몰아내자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20] 노병의 독백 - 현역군인-인민군을 몰아내자

0 2,713 2003.08.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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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노병의 독백 - 현역군인-인민군을 몰아내자

현 역 군 인
(인민군을 몰아내자)

1952년 12월 18일, 또다시 제2국미병 소집영장을 받은 상호는, 어린 여동생과 중풍으로 누워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군대에 나갈 형편은 못되지만, 현실은 상호의 가정 형편을 외면한다.

싸움터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생각하며, 가족과 집안 살림을 동네 사람 에 부탁하고, 흰 보자기에 싸인 자신의 유골 상자와 상여 앞에 선 상두꾼이 아래위로 종을 흔들며, “인제 가면 언제 오나...,”하는 구슬픈 장송 소리를 들으며, 공동묘지로 향하는 어머니 상여를 연상하며 집결 장소로 지정된 군청 마당으로 향한다.

아랫마을 종구(李鍾九)는 제2국민병 소집영장이 나오자마자 자취를 감추고, 면 의회(議會) 의장 영구(金永九) 동생 상구(金相九) 는 소집영장을 무시하고 군대에 안 나가도 행정 당국은 모른 체 눈을 감는다.

나라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섰을 때, 조국은 “젊은이여, 공산군이 침공(侵攻)한다.

이 땅에서 공산군을 몰아내자”라고 부르고, 부름 받은 젊은이는, “조국은 부른다, 이 땅에서 공산군을 몰아내자” 라고 외치며전선으로 달려간다. 상호가 제2국민병 소집영장을 받고 군대에 나가게 되자, 부락 이장(洪淳範)이 군청까지 따라와 상호의 딱한 가정 형편을 병사계에게 얘기하나, 병사계는 “나라가 전쟁을 하고 병역법이 엄존하니 일일이 개인 사정은 들어줄 수 없다”고 가정 형편을 참작해 달라는 이장 부탁을 거절한다.

논산 육군제2훈련소로 입대하는 장정을 위해서, 군 당국은 군산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보충대가 주둔하고 있는 데, 어린 학생은 보이지 않고 머리 큰 군인만이 득실거린다.

전투가 치열한 개전 초기엔 대구에 육군 제1훈련소와 육군 제5보충대가 있어서  M-1 소총의 분해 결합만 가르쳐서 전선으로 투입했는데, 전세가 진정되고 병력의 손실을 감안하여, 사주(四周)가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 ‘모슬 포’에 신병훈련소를 개설하여 군인을 공급했는데, 전선이 질서를 회복하자 1951년 11월 1일 논산 에도 신병훈련소를 창설하여, 신병 공급처를 제주도와 논산으로 구분한다.

군산보충대는 10여 동의 천막이 가설되어 있는데 이것이 보충대 내무반(寢室)이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의 스산한 날씨에,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라고 천막 속 천정(天井)엔 가로세로 끈에 달린 만국기 (萬國旗)가 나풀거린다.

1952년 12월 24일 오후다. 부이(V)자 형 두 개의 하사(현 상등병) 계급장을 단 천막 담당병사가 장정(壯丁)을 천막 속으로 모이게 하 더니, 내일이 ‘크리스마스’인 데, 내무반을 장식한다고 1인당 천 원 씩 걷는다.

한밤중에 이 천막에서 저 천막으로 10여 동의 천막을 돌고 나니 날이 밝는다.

육군 제2훈련소에 입소해서 전반기 훈련을 마칠 무렵이다.

상호 여동생이 면회를 왔는데, 집에서 가져온 별식은 먹을 생각도 못하고, 남매가 끌어안고 울고만 있는데, 지나가는 면회객도 상호 남매의 면회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동정의 시선을 던진다.

만사를 체념하고 군사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데, 대부분의 신병이 농촌 출신으로 학식은 무학이라, 서울에서 중학교를 나온 상호를 중대장은 훈련병 향도로 임명하고, 훈련병이 무사히 소정의 교육을 마치면, 상호는 후방에서 군사지원 방법을 배우는 특과학교로 보내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제2훈련소는 하루에 500명의 장정이 입소하고, 500명의 신병이 배출되는 데, 배출병력의 2분의 1은 8주의 전반기 훈련만 마치고, 대전이나 대구, 부산과 김해에 있는 특과학교에서 행정 지원방법을 배우기 위해 떠나는 신병이고, 나머지 2분의 1은 전방에 가서 공산 군과 싸울 병력이다.

특과학교로 가는 병력은 8주의 군인 기본교육만 받았고, 전방으로 가는 신병은 군인의 기초 교육에 추가해서 제27 교육연대에서 중화기 교육을 받은 병력이다.

훈련병이 8주의 신병 교육을 받고 특과 학교로 떠나는 길은 생명을 보장받고 천당으로 가는 길이오, 후반기에서 8주의 중화기 교육을 더 받고 전방으로 가는 길은 생명을 위협받으며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훈련병은 자조 섞인 한풀이를 한다.

훈련소로 입소하는 장정은 긴박한 전시 상황이라, 헌병과 순경에 의해 길거리에서 강제로 훈련소로 직행하는 장정과, 병역법 절차에 따라 제2국민병 소집영장을 발급받고, 훈련소로 입소하는 두 개 종류로 구분하는 데, 장정 중에 한글을 모르는 장정은 훈련소 본부 에서, 서 쪽으로 10리가량 떨어진 익산군 여산면(益山郡勵山面) 에 있는 공민학교에서 10주간 한글을 깨우친 후에, 각 교육여대로 보내서 일반 장정과 함께 군사 교육을 받게 한다.

전반기 제21연대에서 보병의 기초 훈련을 받을 때다.

하루는 중대장(尹炳俊 中尉)실로 불려가 중대장으로부터 “군인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보다는 명령을 내려 부대를 지휘하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집을 나온 몸이니, 지휘관으로 부대를 지휘하는 것이 사병으로 명령에 복종하는 것보다 명예스럽다.

작전의 성패는 운명에 맡기고, 작전을 하다보면 융통도 있다”라고 하며 장교가 될 것을 강력히 권고 받고, 야외극장인 홍환관(洪煥館)에서 갑종간부후보생 시험을 치른다.

시험을 치렀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고 전반기 훈련을 끝냈는데, 중대장은 상호를 훈련병 중대 향도로 임명하면서 전반기 훈련을 마치면, 특과학교로 보내주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상호를 중화기 교육을 받는 후반기 연대인 제27 교육연대로 넘긴다. 특과학교로 간다는 희망을 안고 활발하게 움직이던 상호는 중대장 처사에 실망하고, 후반기로 넘어와선 이름도 못 쓰는 일자무식으로 행세한다.

대부분의 훈련병이 전방으로 가서 적탄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상상하며 6개월의 생명을 보장 받고 싶어, 장교가 되는 갑종간부후보생 시험에 응시를 희망한다.

“하루살이” 소위라고 별명이 붙은 육군 소위는 희망만 하면 모두 임관한다고 믿는 훈련병은 너도 나도 응시를 희망하고, 군 당국에선 부대를 지휘하는 초급 지휘관이니, 일정한 자격과 수준을 요구한다. 응시를 추천하는 교육 중대장(白文烈 中尉)은 훈련병의 자질을 알고자 막사 앞에 책상을 내다놓고 면담을 한다.

줄 서 있는 훈련병 을 차례로 면담하며, 영어로 “너는 몇 살이냐(How old are you)" 하고 묻곤 훈련병이 머뭇거리며 답변을 못하면 다음 차례 훈련병을 부른다.

대부분이 농촌 출신이오, 일본 정치 때에 공부를 못한 훈련병이라, 갑종간부후보생을 지원하는 훈련병 중에 중대장 질문에 답변하는 훈련병은 드물다.

상호 차례가 돌아와서 중대장 앞에 서니, “하우 올드 알 유”하는 질문에 “아이앰 투에니 투우(나는 22살입니다-I am twenty two)”하고 답변하니, 중대장은 눈을 크게 뜨고 중대원 명부를 보며, “너는 무학으로 기재 되었는데, 영어는 어떻게 아느냐”라고 묻는다. 상호가 미군부대 하우스 보이를 했다고 하니, 납득을 하고 시험을 치러 보라고 원서를 준다.

전반기 훈련 때는 특과학교라는 안전판이 있어서 깁종간부후보 생의 응시는 모두가 기피했으나, 안전판이 제거된 후반기에서는 중대원 전원이 응시를 희망한다.

훈련병을 수용하는 막사는 전반기 훈련을 받는 제21교육연대로부터 제 30교육연대와 장정의 입소와 신병을 배출하는 수용 연대가 있으며, 제27교육연대는 보병 기초훈련을 받는 논산지구 제27교육연대와 중화기 교육을 받는 익산군 금마지구의 제27 교육연대가 있다.

같은 훈련소지만 전반기 연대에선 까만 함석으로 된 건물에서 전기 불을 켰는데, 100m 정도 자리만 옮겼는데도, 제27연대에선 건물과 전기 대신 천막에 디이젤 기름으로 어둠을 밝힌다.

점호 시간이면 중위 계급장을 단 중대장이 지휘봉으로 어슴푸레 어두운 멍석 위에 줄 서 있는 훈련병의 배를 찌르며, “너 한 끼에 씨래기를 얼마나 먹나”라고 물으면, 훈련병은 눈을 크게 뜨고 소금물에 끓인 씨래기국을 생각하며, “네 100그램입니다”라고 답변한다.

캄캄한 천막 속에서 담요를 쓰고 자다가 용변을 보려고 나가던 훈련병이, 천막 입구에서 ‘미끈’하고 사람의 배설물을 밟으면, 다시 천막 속으로 들어와 땅바닥에 깔린 볏짚으로 훈련화에 묻은 배설물을 닦기 때문에, 천막 속은 항상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다. 훈련소의 추위는 매서워서 수은주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린다.

상호는 전반기에선 중대 향도라는 직책으로 불침번과 식사 당번은 면제 받았는데, 후반기로 와서는 일자무식으로 등록하였으니, 자연 다른 훈련병과 같은 동작을 취해야 한다.         

상호가 식사 당번 날이다. 얼음물 같은 양동이 물에서 반합을 씻고 있는데, 특무상사 계급장을 달고,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일자무식의 인사계가 커다란 곡괭이를 끌고 반합을 씻는 식사 당번 쪽으로 다가온다.

곡괭이자루는 훈련병을 통솔하는 데 필요한 지휘용 도구다. 인사계는 곡괭이를 뒤로 감추고, “김상호”는 어디 있느냐 하고 상호를 보고 묻는데, 질문 받은 상호가 침묵을 지키자, 옆에 있던 동료 훈련병이 상호 얼굴을 본다.

인사계가 눈치를 채고 상호 멱살을 잡고 중대장 앞으로 끌고 간다.

인사계의 거친 행동을 본 중대장은 그의 언행을 나무라고, 상호에게 전반기에서 치른 갑종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했다며 축하한다고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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