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병의 독백 - 온돌과 무연탄

[5] 노병의 독백 - 온돌과 무연탄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5] 노병의 독백 - 온돌과 무연탄

0 1,918 2003.08.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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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병의 독백 - 온돌과 무연탄

그날은 상호가 온돌의 난방을 책임지는 온돌당번 날이다. 기숙사 무연탄 저장고엔 무연탄이 없지만 방을 따뜻이 하는데 무연탄이 없다는 것은 이유가 안 된다.

평일엔 기숙사에서 공장으로 나가면, 상호는 붕사의 함량을 분석하는 분석실에서 화학방정식(化學方程式)을 풀고, ‘프라스코’에 들어있는 붕사를 녹인 액체에 시약(試藥)인 ‘만닛토’를 2,3방울 떨어트려 붉은 색으로 변한 액체를 흔들며 일하는 체 하나, 그날은 온돌의 난방을 책임지게 되었으니, 마음속으로는 하루 종일 온돌방을 어떻게 하면 따뜻이 하나 궁리만 하는 데, 무연탄이 산더미 같이 쌓인 공장 저탄장(貯炭場) 생각이 난다.

상호는 일과 시간에 저탄장에 가서 무연탄 한 덩어리를 주어서 무연탄을 철조망 밑으로 갖다 놓고 일과가 끝나면 철조망 밖에 있는 기숙사로 돌아가서 무연탄을 가져갈 요량으로 하루 종일 궁리한 계획을 실천으로 옮긴다.

일과가 끝나고 양성공은 기숙사로 가기 위해 대열을 짓고 수위실 앞을 보무당당히 지나가는 데, 서무과 직원이 수위실에 있다가 상호를 불러 세운다. 서무과 직원은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상호가 하는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던 모양이다. 급히 수위실로 달려와 대오를 짓고 수위실 앞을 지나는 양성공 대열에서 상호를 불러 세우곤, “왜 저탄장에서 무연탄을 훔쳐 가느냐”라고 하며 상호 멱살을 잡고 기숙사까지 끌고 가서 일본인 사감 선생에게 상호를 인계한다.

잉본인(本宮武一) 사감 선생은 상호를 인계받자마자 “이 자식아, 조선 사람은 할 수 없구나(此の野郞,朝鮮人は仕樣が無ぃ)”라고 하며 상호를 마루 바닥에 메다꽂곤 군화를 개조한 실내화로 마구 밟는다. 한참을 밟고 나서도 분이 덜 풀렸는지 상호를 잡아 일으키더니, 사정없이 뺨을 때린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볼이 붓고 이가 아파 밥을 씹지 못하겠다.             

여름 방학이면 공장 양성공은 간척지에 조성한 밭에 나가 야채의 생육 상태를 돌아보고 김을 매며 노동을 하는데, 생활이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은 까만 학생모를 쓰고 흰 노타이에 까만 바지를 입고 수인선(水仁線) 협궤(狹軌) 열차의 객차 승강대에 기대서서 노동을 하는 상호네 양성공을 보고 손을 흔드는 데, 그 모습은 외계 인간이 지구에 와서 여름휴가를 즐기려 송도 해수욕장으로 간다고 생각되어, 빈곤층 양성공에겐 말로만 듣던 부잣집 자녀의 여가를 즐기는 부러운 현상이다.

가정의 연료는 서울과 인천 같은 도회지는 무연탄이며,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공탄(孔炭)이 나오지 않던 시대라, 무연탄 가루를 물과 혼합해서 주먹 크기로 말려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세상이 온통 검은 빛 일색이며, 여인들 버선은 검은 빛으로 도시인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으며, 나무를 때는 농촌에 비해서 도회지는 검은 빛의 도시가 대명사다.

해방이 되고 공탄과 9공탄, 19공탄이 나 이후론 농촌에 비해서 도시의 환경이 깨끗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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